시카고의 겨울 지나

연두빛 물오른 7

하늘은 당신을 평안히 놓아주시니

부르고 부르던

미자 며느리가 준비한

고운 한복 입으시고

그렇게 하늘 고향길을 떠나셨습니다

하오나

당신이 가신 길이

우리에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길인 까닭은

거센 바람

이랑진 주름  너머로

아흔 다섯해 눈물의 세월이

백발로 나부낄 때에도

우리는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불평의 언어를 들어본 적이 없는 까닭입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신

사랑하는 아들 목마름에도

고통과 평화를 더불어 주시는 그분으로 하여

어디서 만나도

당신의 가슴은 따뜻했으며

언제 보아도

당신의 얼굴은 배내옷 입은

아기 웃음 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나누는 일이라면 아까울 것도 없어

한쪽만 있는 가날픈 손으로

십자 모양 꾹꾹 주름잡은 만두를

빚고 빚으면

교우들 가정의 식탁이 풍성했고

교직원과  목회실

그리고 주일 점심식사 봉사부원들의 식탁이

화기애애 했습니다.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감격할 일인데

그것까지도 모자라

연악한 손으로

일을 마치 작은 처럼

작은 일을 마치 처럼

한코씩 한코씩 뜨게질

야무진 작품의 조끼를 떠서

사랑을 선사한 당신은

손으로 하시면서 땅에서 살으신

예수님 같은 생애

언약 교회의 작은 예수 입니다

사랑의 따스함이

아직도 남아 있어

여기 우리의 눈이 젖어옴은

무엇을 하는 보다

어떻게 무엇을 하는 것이

더욱 귀한

으뜸가는 진리임을

하늘 겸손으로

몸소 실천하시고 가신

때문입니다

이운진 집사님

먼저 가십시오

우리

뒤따라 가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운진 집사님 영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