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강남 알짜 동네인 삼성동에 자리한 봉은사라는 절에 젊은 기독교인들이 들어가서 하나님의 땅밟기를 한다면서 대웅전에서 통성기도를 드리고 사찰 뜰에서는 손을 들고 축복기도 하는 것을 찍은 동영상으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대체적인 반응은 심하고 무례했다는 것이다. “자기 종교만 귀하고 남의 종교는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냐?”, “예수님이 그렇게 가르쳤냐?‘라는 세상 사람들의 비난에서부터 그렇게 강직해 보이는 사도바울도 정작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율법 아래 있는 자와 같은 모습으로 선교 대상의 입장을 생각하며 유연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번 봉은사 땅밟기는 잘못된 선교관이 빚은 부끄러운 행태라는 교계의 반응까지 있었다. 이렇게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그 젊은이들을 지도했다는 목사가 봉은사 주지를 찾아가 자신이 잘못 가르쳐서 아픔을 주었다며 용서를 빌었고, 주지 스님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후에 밝혀진 바로는 그 목사가 청년들을 꾸짖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을 했고, 따라서 사과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잘한 것일까, 잘못한 것일까? 잘못했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예수님의 명령인 선교를 수행하는 데는 불교신자도 당연히 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고 특히 사찰과 승려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좋은 말로 될 리가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목숨을 걸고 오지에서 선교하는 이들이 있는데 세련되지 못하고 무식해 보이는 방법이 싫다고 점잖고 고상한 방법으로만 전도하면 복음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겠는가?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답을 찾아보았지만 그다지 명쾌한 결론이 얻어지질 않았다.

그런데 뉴스앤조이에 올려진 ‘땅밟기 기도회, 번지수가 틀렸다’라는 글을 읽고 그 젊은이들의 행동은 적어도 제대로 된 선교의 방법과 방향을 갖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이 지적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복음을 전한다고 절에 찾아가 기도는 하면서 잘못되어 가는 사회와 정치 행태 더구나 썩어가는 교회의 모습을 보고는 왜 침묵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에 찾아가 땅밟기 하고 통성기도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바른소리를 외치고 특히 교회가 제 모습을 찾도록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판은 물론이고 관청과 기업 심지어 학교까지 썩지 않은 데가 없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최대의 교회가 집안 식구의 재산싸움으로 시끄럽다. 차세대 기대주로 촉망받던 대형교회 목사가 성추행으로 며칠 전 사임했다. 뇌물사건이건 횡령사건이건 범인을 잡고 보면 장로 아니면 집사다. 땅밟기는 이런 곳에서 해야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 확장이 일어나고 세상이 변한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에베소서 6:12).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씨름해야 할 상대는 절간 대웅전에 앉아 있는 불상이 아니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세속적 문화와 사상이며 물질을 숭배하는 욕심이다. 그래서 봉은사 땅밟기는 번지수가 잘못된 행동이다.

지난 주일 우리교회는 중요한 일을 치렀다. 떠난지 1년이 넘었지만 가나안교회 문제는 여전히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며, 중요한 기도제목이라 지난 주일 공동의회에 관해 소상히 전해 들었고 몇몇 분들이 개인적으로 보내는 이메일도 모두 읽었다. 물론 현장에 없었으니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고, 주일에 예배드리러 가서 교회당에 들어가지 못해 주차장을 배회하고 옥외예배를 드렸던 분들의 치열함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주제 넘게 함부로 말한다는 것이 가당치 않을 수도 있겠으나, 대단히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5년 간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며 투쟁했던 우리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던 것은 결코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옛말에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교인들이 위임한 권한을 가진 이들이 결정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깨어버리고, 2/3로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편법을 쓰고, 내 뜻은 바뀌지 않으니 회의를 계속하려면 내 말대로 하라는 엄포까지.... 5년 전 찍었던 비디오를 다시 틀었나 싶기까지 하다. 당신이 아니어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가나안교회는 더 잘 자랄테니 약속대로 은퇴하라고 외치던 그 목소리는 엉뚱한 곳을 향했던가? 결코 그럴 수는 없다.

지난날 이용삼 목사에게 충언하던 때 보다 몇 배 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인간의 편법이 쓰여질수록 하나님이 역사할 여지는 줄어든다. 지난 주일의 아픔을 반드시 기억하며 앞으로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사한 것은 그런 가운데서도 모두의 양보와 지혜를 통해 은혜롭게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라 하겠다.

가나안교회의 땅밟기는 번지수가 틀리지 않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