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15

 

간절한 사랑과 구원의 오침

모세를 믿었더라면 또 나를 믿었으리 이는 그가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음이라 그러나 그의 글도 믿지 아니하거든 어찌 내 말을 믿겠느냐 하시니라” (요한복음 5:46-47)

 

  

           예수님은 자신을 믿지 않는 산헤드린 공의회를 중심으로 한 유대인들을 향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증하십니다. 그리고 모세를 들어 변증의 대미를 장식하고 계십니다. 모세라는 인물을 유대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숭앙하는 대상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진정 모세를 숭앙한다면, 그리고 모세의 글을 바로 알고 믿었더라면 자신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모세의 글이란 넓은 의미로 율법이고, 좁은 의미로는 신명기 18 15절에 기록된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너희 형제 가운데서 나와 같은 선지자를 세우리라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모세의 말씀처럼, 때가 되어서 모세와 같은 큰 선지자인 예수 자신을 하나님께서 세워주셨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모세만을 고집하는 유대인이야말로 모세를 배척하는 자들임을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예수님의 외침이 초대 교회 때 한 인물을 통해서 똑같이 들려지고 있음을 성경은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인물은 스데반입니다. 스데반은 자신이 그리스도에 대해 말함으로 모세를 모독했다는 고소에 대해 신명기 18 15절을 인용해 반박하고 있습니다( 7:37). 유대인들이 숭앙하는 모세가 오래 전에 이미 예수님을 증언하고 있다는 변증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이나 스데반 자신이 모세를 배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이러한 모세의 말씀을 믿지 않고 있는 유대인이야 말로 모세를 배척한 자들임을 스데반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스데반의 변론 역시 진리를 선명하게 계시하고 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율법을 잘 지킨다고 자부하고 있던 유대인들은 마음에 찔림을 받자 회개하기는커녕 이를 갈며 스데반을 저주했습니다. 그리고 더는 진리가 그들의 양심을 찌르지 못하도록 큰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고 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예수님과 스데반은 같은 외침으로 유대인들에게 큰 찔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침은 정죄를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아집과 독선 그리고 욕심으로 눈이 가려져서 진리와 생명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유대인들이 회개하고 회복되어 구원의 삶을 살게 하려는 간절한 사랑의 외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간구하십니다. 스데반 역시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그들을 위해서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기도하며 죽음을 당합니다. 이처럼 모든 물과 피를 쏟는 그 순간에 나타난 예수님과 스데반의 마음을 통해서, 우리는 유대인을 향한 예수님과 스데반의 외침은 정죄를 위한 고발이 아닌, 간절한 사랑과 구원의 외침이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 간절한 사랑과 구원의 오침은 계속해서 울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것을 내려놓고 진리를 담으라고…, 우리에게 울리는 이 간절한 외침을 사순절의 묵상을 통해서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