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그 피해로 생긴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방사능 누출 사태는 일본 뿐 아니라 온 세계를 흔들고 있다. 2005년 인도네시아 지진과 쓰나미를 두고 김홍도 목사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하더니, 이번 일본 지진에는 조용기 목사가 우상숭배 때문이라고 불난 집에 기름을 퍼붓는 발언을 해서 기독교인이나 기독교인이 아닌 모두로부터 욕을 먹었다. 조목사는 며칠 후 정작 일본을 방문해서 가진 집회에서는 그런 뜻의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평소에 작은 일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대비 잘 하기로 유명한 일본인지라 원자력발전소 같은 시설물은 물론이고 일반 주택에 까지도 철저한 내진설계를 통해 진도 8까지도 견딜 수 있도록 단단하게 지었다고 한다. 아무리 크고 작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이지만 ‘설마’ 진도 9에 이르는 지진과 그로 인한 파고 15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그것도 원자력발전소에, 닥칠줄은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 보였던 그 ‘설마’가 현실이 되었고 그 충격은 온 나라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결로 시카고 언약장로교회가 비전센터를 비롯해 함께 위치한 예배당 건물을 사용하게 된 것을 이용삼 목사는 3월16일 마흔 여섯 번 째 “너희가 가나안을 아는가?” 신문광고에서 ‘악의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철저하고 용의주도하기로는 일본에 전혀 뒤지지 않을 이목사. 30년 동안 재정을 비롯한 모든 교회 일을 현미경 보듯 살피며 장악하고 전등 하나 함부로 못 켜고 교회 예산은 페니 하나 허투루 쓰지 못하게 하면서 힘들게 구축한 교회 재산. 어떻게 만든 재산인데 ‘설마’... 하고 버텼으나, 절반을 악의 무리에게 빼앗긴 그의 충격은 가히 짐작이 간다.

미국장로교(PCUSA)교단에 소속된 가나안교회의 재산권은 교단에 있으니 교단이 결정한 교회 분리와 재산 분할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3월 8일 판결이 이목사에게는 진도 9에 이르는 강진이었다면, 판결이 나자마자 시카고 언약장로교회가 전격적으로 경찰 입회 하에 비전센터 문을 따고 들어가서 당장 수요예배부터 드린 것은 거대한 인명피해와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낳은 쓰나미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지난 수십 회의 “너희가 가나안을 아는가?”를 모아 놓은 블로그가 있어서 최근 그 모두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이목사가 2005년 초에 당회에게 자신이 공언한 은퇴 해인 2006년을 안식년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두 가지 할 일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비전센터 건축이고 또 하나가 ‘가나안교회 30년사’ 집필이었는데, “너희가 가나안을 아는가?” 시리즈는 2006년 교회 분규가 터지면서 할 수 없었던 30년사 집필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것 같기도 하다. 70년대 초 부푼 소망을 안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른 이야기부터 학업과 공장일을 함께하며 고생한 얘기, 교육목사를 그만 두고 개척한 얘기가 가끔씩 섞이는 어린 시절과 군 시절 추억 등과 함께 이어져 간다. 그리고 거의 매회 결론은 이토록 목사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정직하게 열과 성을 다해 이루어 놓은 가나안교회를 가사모라는 도둑이 대회 AC와 PCUSA 교단 총회를 업고 탈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 분쟁과 관련해서 중요한 일들은 모두 거짓으로 색칠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누가복음 13장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4절)

또 요한복음 9장에서는 나면서부터 소경이 된 자에 관해 묻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2절)

그렇다면 김홍도 목사나 조용기 목사가 남의 나라 자연재해를 두고 한 발언이 그 자체만으로는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화를 입고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두고 “하나님의 심판이다”, “우상숭배 때문이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본인과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책망과 회개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이 일본 보다 죄가 덜 해서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니면 일본에는 한국보다 신자가 적어서? 하나님은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소돔 고모라를 망하지 않게 하겠다고 하셨다.

이번 법원 판결이 지진이요 언약장로교회가 비전센터를 사용하는 것이 쓰나미라면, 우리는 이를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우리 언약장로교회도 하나님이 원치 않는 교회의 모습이 되거나 우리가 주 앞에 회개치 않으면 또 다른 가사모(언사모라 불릴지도 모르겠지만)라는 쓰나미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여전히 대피소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추위 속에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도 남을 먼저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며 누구에게도 원망을 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우리를 더욱 숙연케 한다. 반면 정직과 성실로 그동안 이룬 교회재산 중 그토록 애지중지 하며 건축한 비전센터를 포함 해 절반이나 강도 같은 무리에게 털렸는데도 여전히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보지 않고 남탓만 하고 있는 목사를 보면서, 나면서부터 소경된 자를 두고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목사님,
40년 이상을 목사로서 또 35년간 가나안교회 담임목사로서 오로지 충성한 것 외에는 아무 죄도 없이 그렇게 큰 고초를 당하십니까?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을 나타내시려는 것일 터이니 기도와 묵상 가운데 기다려 보심이 어떠실지요?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회개하겠습니다. 주의 위로와 평강이 목사님과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