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으로 휴가 가는 기내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신간 ‘십자군 이야기’를 읽었다. 서유럽 국가 왕들의 기세에 눌려있던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이슬람 세력에 점령당해 있는 기독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탈환하자면서 “하나님이 그것을 원하신다”라고 유럽의 제후들에게 호소해 군사력을 모은 것이 십자군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외부세력을 물리치자고 분위기를 잡아 흔들리는 교황의 권위를 회복해 보려는 게 십자군 운동을 제창한 실제 이유다.


북한의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경제가 어렵고 식량이 모자라 백성의 불만이 높아지거나 통치력이 약화되려 할 때 마다 쓰는 수법이 남쪽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듯한 분위기로 몰고 가서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단결력을 높이는 것이다. 남한에서도 군사독재 시절 국민의 저항이 강해지려 하면 비슷한 방법으로 북한의 남침위협을 빌미로 국민통합이니 단결이니 하며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최근 이용삼 목사가 쓴 목회수상 ‘빼앗긴 코스모스도’라는 글을 이메일로 보내주신 분이 있어 읽어보니 영락없이 우르바누스 2세나 김일성, 김정일의 수법이 엿보인다. 교단의 교회분리 방침에 따라 재산 분할이 결정되었고, 시카고 언약장로교회가 “당신이 우하면 우리는 좌하겠소”라며 선택권을 양보해서 자신들은 가나안교회 본당을 차지하고, 비전센터와 기도원이 언약장로교회로 왔다. 이목사 측에서 모기지와 세금을 오랜 기간 체납한 통에 비전센터는 빚덩이가 되어있는 상태며, 그나마 언약장로교회가 넘겨받지 않고 그대로 이목사 측에 있었으면 이미 차압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카고 언약장로교회를 향해 불한당이며 날강도라고 한다.


이목사는 그토록 원하던 원로목사 추대를 받아놓고도 후임 목사 청빙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한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담임목사 자리를 지키거나 기회를 봐서 적당한 때에 아들 목사님에게 넘겨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이젠 이목사를 향한 충성심에 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적을 비난하면서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가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다.


“언약장로교회는 불한당이요, 날강도다. 어떻게 하든 이들에게 빼앗긴 비전센터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하나님이 그것을 원하신다!”


이목사로부터 불한당이나 날강도라 불리는 것에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만 코스모스 운운 하며 감정을 건드는 불한당이나 날강도식 선동에 선량한 교인들이 또 다시 휘둘리게 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