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진입이 무산된 김창인 원로목사측 4백여명의 성도들은 1층 로비와 계단에서 예배를 드렸다

조경호 목사 (산호세 중앙침례교회)

혼돈과 갈등이 충만한 교회’ 시사저널에서 광성교회 사태를 특집으로 다뤘다. 1966년 신도 30여명으로 시작한 광성교회는 현재 신도 4만명에 이르는 국내 5대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또한 20여 교회를 개척해 한국교계에서 위상과 영향력이 대단했다. 38년 동안 담임목사로 재직한 김창인 원로목사(72)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교회를 이끌었다. 기독교계의 거목이었다. 그러나 광성교회의 명성은 추악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2003년 김창인 목사가 은퇴선언할 때만 해도 광성교회를 축복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2003년 12월 21일 이성곤 목사를 담임목사를 지명하면서 “이 목사는 3년 기도한 결과로 하나님이 주신 인물이다”라고 말했었다. 한국교회가 세습문제로 고통스러워할 때 광성교회는 아름다운 은퇴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취임 초기부터 흔들렸다. 그러다 2004년 4월14일 이성곤 목사의 음주파동이 일어났다. 뒤이어 이 목사가 광성교회 부목사 시절 한 여성신도와 가깝게 지냈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그리고 이 목사 퇴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교회는 전쟁터였다.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신도들인 배지를 달고 보초를 서고 있었으며, 원로목사 지지파들은 빨간사과 스티커를 붙이고 그들도 보초를 서고 상대편 교회진입을 막았다.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목사와 신도들은 교회마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담임목사가 설교하는 주일예배 참석자는 6천여명, 교회마당에서 드리는 원로목사 신도는 400여명이다.

지난 1월에는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목회자들이 노조를 결성했고, 담임목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교회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폭력이 수위도 높아져 교인들 간의 폭행사건이 끊이지 않고,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폭력혐의로 입건된 교인만도 100여명이 넘었다.
한국교회를 선도하던 광성교회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매일밤 12시, 광성교회에서는 철야예배가 열린다. 교회 안에서는 ‘김창인 목사는 은퇴하라’고 기도하고, 교회 밖에서는 ‘이성곤 목사 물러나라’고 기도한다. 세간에서는 3천억원대의 광성교회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치졸한 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충현교회(서울 강남구 역삼동) 담임목사 세습파문 후 교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창인 원로목사(89세. 광성교회 원로목사와 동명이인)는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한 이후 충현교회에서 발생한 파문은 한동안 한국교회를 어둡게 만들었다.

두 김창인 목사가 경험한 후계 구도를 둘러싼 파문은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가 될지 모른다. 부자세습 또는 목회자 판단에 의한 후계자 선정에 의한 파문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 목사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오랫동안 목회하면서 교회를 성장시켰을 경우 ‘담임목사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교회를 표류하게 된다
.
영락교회도 한경직 목사님이 떠난 후 오늘까지 교회는 방황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최고의 목회자들이 후임으로 청빙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얼마가지 못하고 목회를 사임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한경직 신드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경직 목사의 뒤를 이어 영락교회를 성장시켰던 박조준 목사, 국제변호사이며 구약학 교수였던 김윤국 목사, 그 뒤에 임영수 목사가 자리를 대신했지만 영성목회의 스타일변화에 실패하고 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이철신 목사가 대신했지만 당회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강력한 리더십과 설교, 탁월한 인격과 교회성장 능력으로 교회를 부흥시킨 담임목사가 은퇴할 때까지 교회에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한국교회를 이끌었던 교회들의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혼돈을 보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한국교회 사태로 인해 건강한 교회성장을 위해 ‘담임목사 임기제’가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獵?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는 그의 저서 ‘회복’에서 목사 임기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난 98년 10월 서울 영동교회 4번째 교회로 개척하면서 건강한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먼저 씨름한 것이 장로,

목사 임기제였다.’ 샘물교회는 담임목사가 6년 사역하고 1년 안식년을 가져 연구한 뒤 당회 2/3, 공동의회 2/3의 신임을 받으면 6년 더 사역하고 물러나는 제도를 제정했다. 좋은 목사, 좋은 장로가 평생 사역하는 것은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임기제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규모있는 교회에서는 탄력적인 리더십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요즘 서울의 주요 교회들은 을지로 2가 향린교회(담임목사 조헌정)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1953년에 세워진 이 교회가 특별히 역사가 깊고, 신학자 안병무 교수, 홍근수 목사 같은 유명 목회자가 활동했던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장(기독교장로회) 소속의 이 교회는 대형교회들과 달리 신자 450여 명의 규모. 그럼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이 교회가 벌이고 있는 ‘열린 교회’ 실험 때문이다. 평신도 중심주의를 선언하며 세워진 이후 1994년 목사 임기제(6년 중임제) 도입과 함께 교회 개혁을 선도해온 교회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CBS 저널’이 갓피플과 함께 네티즌 500명, 목회자 200명, 신도 300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목회자들은 교회 개혁의 실천적 방안으로 제시된 목사와 장로 임기제 및 재신임제 도입에 대해 단 3%만이 찬성하고 66%는 반대했다.

과연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영향력있는 교회에서는 담임목사 은퇴후 교회가 겪어야할 어려움과 혼란을 미리 차단하고,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선 담임목사 임기제도에 대해 주님의 로드십(Lordship)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교회 개혁을 추구하는 성장한 교회 목회자들은 교회들이 ‘원로목사 신드롬’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교회를 위해 떠날 줄 아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교회는 결코 담임목사의 개인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