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차라리 아예 모르면 가만 있을 텐데 그렇다고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닌 어설프게 아는 상태에서 일을 하면 그르치게 된다는 뜻이다.

가나안교회 분쟁은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의 물질욕심이라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와서는 많은 이들이 하나님께서 뜻이 계셔서 그 사소한 일이 생기게 했고 이를 계기로 가나안교회뿐 아니라 전체 시카고 교계에 까지 영향을 끼치게 하셨다고 생각하지만, 분쟁이 시작될 당시엔 그 누구도 일이 이렇게 까지 확대될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30년 동안 한 번도 당회가 담임목사의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기에 당사자도 전혀 부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없이 2005년 연말 당회에 던진 요구가 절대다수의 반대로 부결이 된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었다. 얼마나 기가 막히게 황당한 요구였으면 그렇게 말 잘 듣던 당회가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의 요구를 거절했을까 하는 해석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보자면 결국 하나님의 간섭이었던 것이다.

담임목사 요청이 부결되자 교인들의 생각은 나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목사가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할 수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엄청난 거액이 담임목사를 위해 지불되고 있는 것까지 알아 내어 문제를 삼는 이들이 생기는 가 하면, “30년을 고생하며 시카고 제일의 교회로 성장시킨 목사님의 그 정도 요청을 거절하다니… 몰인정한 장로들…”이라고 담임목사에게 심정적 지원을 하는 그룹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2006년 1월 현직 부목사를 후임 후보로 놓고 치른 청빙투표가 부결되면서 조직적인 불온세력이 교회를 어렵게 하려고 낙선운동을 펼쳤다는 소문이 돌고, 교회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담임목사가 교회 재정운용에 무차별적으로 개입하고 심지어는 150만불 이상을 특별계정이라 하여 혼자서 운용하는 것을 지적하고, 한 해 전에 당회의 허락 없이 억지로 아들을 영어예배부 목사로 데려온 것까지 문제 삼는 등의 불순한 글이 올라오면서 사태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교회문제를 바로잡자는 사람들이 가사모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모이고,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세력도 조직화 되어갔다. 같은 해 여름 두 번째 청빙투표를 거치면서 분쟁은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고 결국 가사모는 청빙과 관련한 이목사의 불법적 행동을 노회에 고소함으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한다. 여기서부터 선무당급 아마추어들의 실책이 이어졌다. 30년 동안 목사가 시키는 대로만 섬겨왔던 장로를 비롯한 교인들은 교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지 도무지 몰랐다. 특히 목사의 잘못을 지적한다는 것 자체가 교회 생긴 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노회 역시 나을 것도 없었다. 아예 처음부터 노회의 목사와 장로들은 법이나 원칙 보다는 평소의 안면이나 관계를 고려해 ‘인간적으로’ 또는 ‘은혜스럽게’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접근했다.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노회의 중진들이나 이들과 대화하는 양측 장로들이나 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은혜롭게 해결하겠다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은혜도 아니고 진리도 아닌 어정쩡한 선무당적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일은 더욱 꼬이기만 했다.

그러다 전문가들로 보이는 이들이 나타나 제대로 규례서를 들이대고 법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 2006년 가을의 행정전권위원회 출범이다. 담임목사의 목회권은 그대로 두되 당회는 직무를 정지시키는 비상사태로서 이목사 측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가사모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행정전권위원회가 제시하는 가나안교회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로드맵이란 것을 가사모는 받아들인데 반해 이목사는 거부하면서 교단 탈퇴까지 감행함으로써 결국 파직을 당하는 데까지 간다. 이목사가 전문가에 의해 잘못에 대한 판결을 받는 것으로 상황이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냥 당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하는 이목사를 다루는 노회나 대회가 여전히 선무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최고 기관인 총회는 노회와 대회가 한 일들은 선무당 수준에서 진행돼 왔다고 판단해 버렸다.

돌이켜 보면 이제까지는 전문가급 막가파에 대한 선무당들의 대응이었다. 그래서 고비마다 곧 끝날 것 같이 일이 진행되다 결정적인 순간에 뒤집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 보인다. 선무당 같은 어설픈 행동으로 창피도 당하고 자존심도 상한 대회 행정전권위원회가 달라졌다. 가나안 Covenant라고 불리는 과거 가사모도 3년 이상의 세월을 거치면서 선무당의 티를 벗었다. 이제는 제대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본다. 보고 있는 이들의 눈 또한 선무당에서 전문가급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부풀려진 머릿수에 으름장으로 쥐어 짜낸 헌금 액수를 대입한 비율로 교회재산을 나누자는 선무당 같은 제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교회를 해체하면 자신들은 당장 민사소송을 할 테니 성경에서 금한 소송을 피하려거든 해체를 막으라는 웃음도 안 나오는 코미디 같은 협박은 물론 콧방귀도 못 얻는다.

김모씨 말대로 지난 3년 간 하나님은 우리에게 연단을 주셨다. 연단을 통해 우리는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악을 이길 수 있는 능력도 선무당의 수준을 벗어나게 되었음이 분명하다. 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이제 공의의 승리가 가까워 오는 듯 하다.

여호와 닛시의 하나님을 찬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