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의 피켓 시위

시카고는 혹한 속에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은 금년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습니다. 최저 기온이 화씨 영하 10도,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내려 갔습니다. 그러나 혹한 속에서도 시카고는 훗볼 열기로 가슴들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결승전에서 챔피언쉽을 인디아나폴리스 콜츠에게 넘겨 주었지만, 베어스를 응원하는 시카고 시민들의 열기는 혹한을 녹이는 열광이었습니다. 수퍼볼이 개최된 플로리다주 마이아미 돌핀 경기장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수퍼볼이 폭우 속에서 거행된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훗볼 경기는 눈이나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도 상관치 않고 개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이고 가장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인 훗볼의 미국적 특성이기도 합니다. 훗볼 속에는 미국적인 정신과 문화가 넘치고 있습니다. 몸과 몸으로 부딪치면서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훗볼은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정신과 모험을 시도하는 개척자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혹한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추위를 이기는 사람들은 시카고 베어스 훗볼 팬들만은 아니었습니다. 수퍼볼이 거행되는 날 아침, 어제 가나안장로교회에서는 교인들의 피켓 시위가 계속되었습니다. 5주째 계속되고 있는 피켓시위가 어제 같은 혹한 속에서도 실시된 것은 대단한 열정과 의지입니다.

화씨 영하 10도에 체감온도 영하 20도는 살인적인 추위입니다. 이 추위 속에서 1백20명에 달하는 가나안교회 교인들이 시위를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는 나이가 70이 넘은 연장자들이 많고, 여성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마 시위에 참가한 대부분의 교인들은 일생을 통해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이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무엇이 저 많은 교인들로 하여금 저토록 무서운 혹한 속에서 몸을 얼려가며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 시카고 교계와 목회자들은 숙연한 자세로 성찰해야 합니다. 어제 같은 혹한 속에서는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는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영하 20도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신앙에 대한 열망과 영혼을 향한 목마름을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인간의 모습 가운데 아름답고 존경스런 모습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 모습에서 우리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낍니다. 아름답고 존경스런 사람들 가운데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신념이 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추구할 때, 그 신념은 더욱 아름답고 빛이 납니다. 어제 혹한 속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가나안교회 교인들은 신앙의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들입니다.
가나안교회 이용삼 목사 측에서는 이들이 밉게 보일 것입니다. 일부 교인들은 이들에게 저주와 증오의 편지를 보내면서 미움을 표출시키기도 하지만,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어제까지 서로를 사랑하는 교인들이 왜,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지를 겸손한 마음으로 물어야 할 것입니다.
추위에 떨고 피켓 시위를 한 교인들이 마시려고 하는 커피를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 아니라,
같은 신앙인으로 최소한 인간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신앙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용삼 목사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혹한을 이기는 뜨거운 갈증과 열망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길 잃은 양을 찾는 목자의 마음으로, 왜, 저 많은 교인들이 혹한 속에서 시위를 하는지를 묻는 고통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문제의 시작이 반대 측 교인들에게 있다고 질타하고 욕하기 전에, 모든 것이 목사인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목회자의 겸손과 고백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용삼 목사가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질책하는 참회의 기도로 가나안의 고통을 해결하려고 할 때 가나안교회 문제는 풀릴 수가 있습니다.

어제 혹한 속의 피켓 시위에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목마른 영혼의 절규가 있고, 진정한 신앙을 갈망하는 뜨거운 열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절규와 열망 속에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신과 가슴이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