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 시카고에 왜 오셨습니까?

김진홍목사는 제가 존경하는 목사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청계천 넝마주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면서 그들과 함께 시대의 아픔에 울었던 청년 김진홍 목사의 가슴에 감동을 느꼈고,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힐 때 유신독재의 탄압에 항거했던 신념과 용기를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시대의 모순과 교회의 부조리, 신앙인의 부패를 지적하는 김진홍 목사의 글을 저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졌던 김진홍 목사에 대한 기대가 김목사를 직접 만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년전 시카고에서 가나안장로교회 초청으로 부흥집회에 왔던 김진홍 목사를 만나서 인터뷰를 한 뒤 제 마음은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김진홍 목사의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민족을 선구하고 시대의 방황에 고뇌하는 지도자 목사에게서 기대했던 묵중하고 진중한 인격과 체취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언어가 가볍고 행동에 넉넉함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그릇의 성직자에게 얻고 싶은 영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던 김진홍 목사의 삶과 말과 글이 깊고 맑은 영혼의 소리가 아니라 계산과 재주였을지도 모른다는 실망이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김진홍 목사가 귀한 분이라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뉴라이트 운동을 하는 김진홍 목사를 정치꾼 목사라고 힐난했지만, 그래도 조국을 바로잡겠다는 애국의 충정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김진홍 목사가 이명박씨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고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대열에 서면서 크게 흔들렸습니다.
성직자도 특정 후보를 지지할 권리와 의무가 있지만,
대통령선거판에 목사가 뛰어드는 것은 변질이자 탈선입니다. 물론 김진홍 목사는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자기를 속이는 강변이거나, 자신의 입지를 망각한 경망스러움입니다.
"과전불납리" 라고, 오이 밭에서는 오이 도둑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발 끈도 고쳐 매지 않는 것이 우리 선현들의 지혜란 것을 김 목사가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김진홍 목사에 대한 이러한 실망이 시카고에서 더 큰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김진홍 목사가 가나안장로교회에서 영적 대각성 부흥회를 한다는 큼직한 신문 광고를 보며 저는 설마 하던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결국 김진홍 목사가 이렇게 망가지는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지나갔습니다.
김진홍 목사가 시카고 가나안교회 사정을 모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시카고와 미주 한인교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용삼 목사의 파직 사건 내용이 직접 간접으로 김진홍 목사에게 알려 졌을 것이고, 더욱이 장로교 한미노회 행정전권위원회가 정식 공문을 보내 이러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도 김진홍 목사가 시카고에 온다고 합니다. 시카고 동포와 교계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김진홍 목사는 이용삼 목사와 계명대학교 동창입니다. 친구가 곤경에 처했기 때문에 친구를 성원하고 구하기 위해 원정 부흥회를 오는 모양입니다. 친구를 위해 구원 투수로 나서는 우정은 가상하지만 시대와 역사를 논하는 한국의 지도적 목사가 이정도의 사리와 공사도 분별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용삼 목사는 장로교단에서 파직되어 킴 리치 대회서기 말대로 목사가 아니라 "이용삼씨"입니다.
이용삼씨가 그동안 시카고 한인사회와 교계에 어떤 분란과 파문을 일으켰는지를 김진홍 목사가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토록 경거망동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진홍 목사가 시카고 부흥회를 통해 친구 이용삼 목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큰 착각이자 교만입니다. 김진홍 목사는 정치세력 구축을 통해 스스로를 과신하는 오만에 빠졌는지도 모릅니다.
목사가 현실 권력의 덫에 걸리고 과신의 함정에 빠지면 추락합니다. 여기는 정치목사가 판을 칠 수 있는 한국이 아닙니다.
코리안 아메리칸은 김진홍 목사의 현란한 말솜씨에 현혹될 만큼 그렇게 심지가 얕은 신앙인들이 아닙니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진실이 떠나면 그 글은 죽은 글이 되고, 아무리 말을 잘해도 영혼이 떠나면 그 말은 죽은 말이 됩니다.

김진홍 목사, 시카고에 왜 오셨습니까? 친구를 구하려 왔습니까, 아니면 충고하려 왔습니까? 친구를 구하러 왔으면 친구가 너무 깊은 물에 빠졌고, 친구를 야단치러 왔으면 지금은 공개적으로 질타할 때가 아닙니다. 부흥회 대신 친구와 마주앉아 간곡하게 우정의 바른 충고를 할 때입니다.  

김진홍 목사는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시카고는 김진홍 목사를 환영하지 않습니다.
김진홍 목사는 때와 장소를 잘못 택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요. 친구 잘못 만나면 함께 망가집니다.
물에 빠진 친구 구하려고 무작정 물에 뛰어들면 함께 익사할 수 있습니다.
김진홍 목사, 수영 실력이 수퍼맨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