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20

 

오직 은혜입니다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 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로마서 5:17)

 

  

           율법은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죄수에게 간수가 들고 들어오는 등불, 거울과 같습니다. 등불, 거울과 같은 율법이 들어왔습니다. 그 등불에, 그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니 내가 얼마나 추악한 모습인지, 지은 죄가 얼마나 크고, 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니 미처 몰랐던 죄, 가볍게 생각했던 부분까지도 깨닫게 됩니다.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라고 자부했던 바울은 자신을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고전 15:9)라고 고백했습니다. 또한 성도 중에 미미한 자’( 3:8), 더 나아가 죽음 앞에 섰을 때는 죄인 중에 괴수’(딤전 1:15)라고 고백했습니다. 빛 되신 하나님의 말씀 가까이 나아가면 갈수록 자신의 추악한 모습이 더 또렷이 보였다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은사, 은혜, 선물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어 등장합니다. 또한, 이 단어들과 함께 넘친다는 수직어가 등장합니다. 은혜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곳에는 항상 넘친다는 단어가 수반됩니다. 말씀 앞에 자신을 비추어보니, 자신의 죄가 너무나 크고 중합니다. 그러나 그 죄를 안고 주님 앞에 나아올 때에 상상도 못했던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찬양합니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솟구칩니다. 돌아온 탕자,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 저들은 하나님의 자녀였는데, 실수하고 죄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저들의 허물, 잘못, 연약함, 실수보다 항상 하나님의 은혜는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었다는 것입니다. 내 죄가 아무리 추악하고, 더러울지라도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은혜는 그것을 덮고, 깨끗게 하기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언제나 넉넉합니다. 풍성합니다. 넘칩니다. 이처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는 그야말로 은혜 위에 은혜’( 1:16)입니다. 그 은혜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직 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