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얘기하는 것 중에 내적타당성(internal validit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결과를 낳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입니다. 예를 들어, 감기기운이 있어서 타일레놀을 먹고 이불 푹 뒤집어쓴 채 땀 흘리며 한 숨 자고 났더니 몸이 개운해 졌다면, 그것이 타일레놀 덕인지, 이불 뒤집어쓰고 땀 흘린 덕인지 혹은 한 숨 잔 덕인지 아니면 셋 모두 덕인지를 잘 모릅니다. 이 중에 어느 한 가지 때문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타당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리 쉽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동관 목사님이 결국 가나안교회에는 오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1000명 교인이 몸살을 앓고, H마트 개점과 가나안교회 청빙문제가 시카고 한인사회의 가장 큰 뉴스였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갖게 한 이동관 목사님은 이제 와서 보니 그다지 시카고로 올 마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용삼 목사님에 의하면 본인이 직접 지원한 것도 아니라 하고, 그래서인지 지원서류도 투표일 이틀 전에야 도착했고, 청빙투표 후 수산교회 교인들에게도 거취표명이 수시로 바뀌었나 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주장하듯이 가나안교회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예 일찌감치 대동교회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 아니면 가나안교회는 자청해서 지원한 것도 아니고 휴가 길에 설교 한 번 했는데 걷잡을 수 없이 소문이 퍼지는 통에 수산교회에서는 더 이상 목회가 힘들다고 결심하고 다른 임지를 찾다가 담임목사가 공석 중인 대동교회와 극적으로 연결이 되었는지. 뚜렷한 원인에 대한 내적타당성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하나님만 아실 그 이유를 굳이 지금에 와서 찾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나가는 해프닝쯤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무려 5개월 가량 동안 온 교인이 이동관 목사님 때문에 얼마나 상처 받고 힘들어 했습니까? 정식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투표 이틀 전에 서류를 보내 온갖 억지와 탈법으로 투표까지 하게 하고, 과반수냐 2/3냐를 놓고 교인들은 편지 장난과 몸싸움으로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배드리는 수치를 당하는가 하면 투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노회에 고소까지 하게 됐는데, 가나안교회 담임목사님이나 청빙위원장에게는 한 마디도 없이 다른 교회 청빙설교를 했다니.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오늘 오전 10시30분에 청빙위원장도 모르는 청빙위원회를 소집해서 이동관 목사님 사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하신 이용삼 목사님이나 이동관 목사님 청빙은 부결된 것이라고 끝까지 버티던 청빙위원장 장로님을 보면 무슨 희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동관 목사님을 청빙위원회 보다 더 열심히 청빙하신 이용삼 목사님과 후임목사 청빙이라는 중차대한 직무를 소신 없이 방기한 청빙위원 일곱 분 모두 이번 일에 대해 책임지시기를 엄중히 요청합니다. 이제 와서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말씀드립니다. 일은 순리대로 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입니다. 미자격 후보를 청빙위원회 결정도 없이 주일설교까지 시켜서 형평성 찾는다고 다른 후보들도 그렇게 하게 하고, 청빙위에서 정식 통과도 안된 채 단일 후보로 올리더니 당선에 필요한 투표수까지 억지로 바꾸어서 온 교회가 몸살을 앓게 해서 얻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면 크리스천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것입니다.

괴테가 말했듯이, 첫 단추를 잘못 끼면 마지막 단추는 낄 구멍이 없습니다. 후임목사 청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청빙위원을 직접 지명해서 공동의회 투표절차도 거치지 않고 출범한 청빙위원회.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으며, 그 실적 마저 비참합니다. 이용삼 목사님, 그리고 김부웅 장로님을 비롯한 청빙위원 여러분, 마지막으로 양식 있는 행동을 기대해 봅니다. 이틀 쯤 뒤에 나올 한국신문 보기가 두렵습니다. 가나안교인 모두가 막이 내려오고 있는 희극무대에 올라서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 가사모 Admin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9-2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