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침식사 하지 않으실래요?

                                                    로마서11장9절


일찌감치
새벽녘 눈을 떠서
적막한 거실을 가로지르면

앙증맞은 액세서리가 걸려있는
저만의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하여 주방
한국에선 부엌
지금은 나 혼자만의 고독의 방

전기 포트에 물을 올리고
양상치를 닦아놓고
토마토도 썰어놓고

12가지 곡식으로 만든 식빵
한 켠에 마요네즈를 두껍게 발라주고
얇은 터키 햄을 두 장 얹은 뒤

매콤한 할라피뇨 소스를 올리고
토마토를 얹고
양상치로 마무리하면 멋진 터키샌드위치 완성!

펄펄 끓는 물에
커피, 설탕, 프림을 넣은 이른바 다방식 커피를 타면
제 아침식사는 완료입니다

그리곤
성경과 매일성경을 펼치고
말씀을 엽니다

때론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도 있고
다 식은 커피를 마실 때도 있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내 영혼이 한 치씩 자라는
그런 시간입니다

오늘도 그렇게
식사를 준비하고 먹으려 하니까
문득 이런 맘이 들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늘 반으로 잘라서 먹는
나의 샌드위치를 보면서………

어쩜
이 시간을 내가 착각하지 않았나 하는
내 의지와 열심으로 만든 시간이 아니라

주님이 만드신 시간
기꺼이
나를 위해 내어주신 시간이란 걸

그것도 모르고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고 오해하진 않았는지

갑작스런 깨달음에
그만 놀라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머,
주님 죄송해요
제 샌드위치 반쪽…..같이 드실래요????

새벽시간
새벽예배를 이렇게 지내면서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니

언제나
그 시간에
진짜 주인공이 함께 하셨다는 걸

요것만 안다면
굳이 힘들게, 가까스로 란 생각으로
새벽을 깨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아주 간단하게
나의 삶 속에서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만난다는 것

거룩하고 거창하지 않지만
심플하게 내 앞에 앉아계시는
우리 모두의 주님을 전 만납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지요
주님……내일도 터키샌드위치예요 아셨죠 ????

초청만 하면
앉아있기만 해도
그 분은 함께 해주신답니다

때론 눈물이란 빵과
절망과 어두운 미래란 커피를 드려도
맛나게 드실꺼예요

밤새 아픔으로 쪄낸 빵
슬픔이란 원두에서 뽑은 커피를 드려도
기꺼이 함께 먹어주실 꺼예요

그리곤
이렇게 말씀해 주시겠죠
그냥 그대로 앉아 있어도 돼

내가 너의 마음을 제일 잘 아니까
그냥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된단다
그래야 널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꼭 기억할 것이 있단다
모든 믿음의 선배들도 이 길을 걸었지

다른 모양으로
다른 제목으로 힘들어하고 아파했지만
결코 내게 오는 길을 잃치는 않았단다

너도
이렇게 날 식사 초대한 걸 보면
내게 오는 길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 라구요

그럼 저는
글썽이던 눈물 몰래 닦고
고개 끄떡이며 다시 한번 일어서는 용기를 얻겠지요

그리곤
지금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말하렵니다
저랑 함께 아침식사 하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