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목사의 세 가지 덕목 -

언젠가.... 목회자들이 사역의 한계(늙어서)가 왔을 때
교회 문을 닫지 않는 한,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순환은
피할 수 없다.
즉, 이 과정에서 은퇴 자가 미련 없이 교회를
물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후임자는 물론 교회와 교인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고
교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 인해 평생에 쌓은 사역에도 욕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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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무리 유능한 젊은 후임자도 전임 목사가 떠나지 않고
'내 영향' 지킨다고 교회나 주변에서 두리번거리면
그 후임자는 소신껏 사역할 수도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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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저의 Church Clinic을 찾아온 젊은 목사의 전임자에 대한
불평은 심각했다.
즉, 전임자의 간섭과 텃세에 '머슴살이 사역'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담 결과 그 교회는 "내 파, 네 파"로 분열하게 될 것 같았다.

한편 그 분이 은퇴할 때 자신을 괴롭힌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순순히 물려줄지는 두고 볼 과제이지만 여하튼 후임자에 대한
은퇴목사의 어른답지 않은 태도는 이 교회의 분열의 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들이 한인교회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방정식(方程式)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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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교회의 기이한 현상은 후임자가 교회에 부임하면
첫 사역으로 '자기 파(派) 만들기"와 '퇴임 목사 이미지
몰아내기'부터 시작한다니 얼마나 기가 막히고
심각한 목회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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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임자와 후임자의 교체 과정은 정말 심각한 과제다.
즉, 전임자가 퇴임 후 바로 물러나지 않으면 아무리
단단한 교회라고 해도 목사의 처신으로 의해 병들게 된다.
바로 은퇴목사가 '내가 세운 내 교회'라는 미련을 버리지 않을 때
그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도 사회의 지탄과 세상 앞에서
부끄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소문도 없이 후임자가 와서 '교체 사역'을 하는
교회들의 소식도 있다.
그러므로 후임자에게 교회를 넘겨 준 이후,
은퇴자가 선택할 최선의 길은 속히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을 들추지 않아도 나이든 목사님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마귀의 장난인지 깨끗이 떠나는 은퇴 자들이
많지 않으니 딱한 일이다.
주님의 교회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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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의 분쟁 이야기다.
퇴임했던 원로목사가 몇 년이 지난 후 추종자들을 앞세우고
"이 교회는 내가 세운 교회니 내 놓으라!"는 난리를 피웠다.
그 날벼락에 놀란 목사와 교인들은 경찰을 부르고
"내 교회" 다툼이 계속되다 끝내는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그러나 그 원로와 추정세력들은 판사의 '땅 땅' 판결로
퇴각하는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그 통에 교회 돈십여만 불은 법정 비용과
"내 교회 성명전 광고비(聲明戰 廣告費)" 등으로 탕진해 버렸다.

그뿐인가 ? 그 진통을 겪은 교인들은 은퇴 원로에게
평생 주기기로 약정했던 '공양 비'(?)를 만장 일치로 취소해 버렸다.
이것은 한인 교회의 단면이요, '내 교회타령'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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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분열 상을 보면
첫째 - 넘쳐나는 신학교와 무임 목사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즉, 끝없는 그들의 '내 교회 세우기" 경쟁에는
목회윤리 따위는 이미 없어졌다.
그리고 목사들의 자기 교회에 대한 집착은 세상사람들 보다
더 강렬해 지금까지 자랑하던 믿음, 영성의 능력으로도
아니 세상의 의리로도 막을 수 없다.

실례로 한인교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다.
한 목사가 월세 5000불로 미국교회에 세 들고 있을 때
지혜로운 목사가 나타나 "나는 6000불을 줄 테니 나에게 달라!".....
이런 놀음에 익숙해지고 '웃돈 맛'을 아는 미국교회들은
주기적으로 "김치 냄세 난다" "소란하다" 등등 트집으로
한인교회를 갈아치우기 때문에 목사들은 앉을 자리만 찾으면
교회가 옆에 있든 없든 교회 둥지를 튼다.

그러니 한국에 교회가 10.000개인데 미국 한인교회가
3,500개가 넘으니 한인교회들이 얼마나 분열했는지,
건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 - 비록 후임자로 선정이 되어도 은퇴자의 요구 조건(?)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내 교회'세우다 보니
교인 쟁탈전을 벌어지고 동문들과의 알력과 불신까지
늘어 나는 것이다.
셋째 - 퇴임 자가 '자기 코드'에 맞는 목사를 초빙해 놓고
'내 영향력 유지하기' 위해 후임자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후임자들은 '내 교인' 만들어
자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이런 전임자들로 인해서 교회는 계속 분열한다.

넷째 - 교회가 넘쳐나는 데도 매일처럼 등장하는
'교회 창립' 광고, 그리고 각 교회들이 저마다 벌이는
머릿수 채우기 총동원 경쟁들은 교회를
4분 5열 시키는 원인이다.

다섯째 - 각 교회들이 선장수단으로 나누어주는 직분이라는
이름의 감투와 특히 목사들의 감투 역시 교회에 부끄럼을
주는 원인이다.
목사들에겐 총회장, 고문, 학장, 총장,
박사, 심지어 동문회장 간판까지
정말 많은 감투와 명예들이 있다.
즉, 이런 감투와 명예들은 교회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세상 살아가는 명패가 되고 계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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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서 '내가 세운 교회'를 고집하는
목사님들에게 드리고 싶다.
"정말 그 교회는 목사님이 세운 교회입니까 ?"
라고..... 참 희한하다.
그렇게도 '주님의 피로 세운 교회'라고 눈물겹게 설교하시던
목사들이 은퇴한다는 생각만 들면 용케도
'내가 세운 교회'라는 미련이 자신도 모르게 싹트는 것 같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교인들은 속는 척 목사의 몫으로 치부해 준다.
즉, "아무렴! 목사님께서 세운 교회지요.
그렇구 말구요. 지당합니다"
교인들은 혀를 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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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은퇴하는 목사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섬기던
교회에 대한 미련을 빨리 끊지 못하는 심정도 우리 모두는
조금 동정해주어야 한다.
목사도 사람이다.
어째서 그들인들 겨자씨 만한 '놀부'가 없겠는가....
그러나 '피할 길이 없어서 아니 감당하지 못해서
몰러나는 처지라면 "내 교회"라는 미련만은 싹 버려야 한다.
목회사회의 질서를 세우고 원로의 대접을 받으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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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자들의 세대 교체는 피할 수 없이 계속될 과제이다.
지금의 젊은 현역 사역 자들도.....
때문에 후임자들이 싫어하는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은
은퇴자들의 의무이고 책임이며 귀한 '제 2의 사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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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무리 유능한 은퇴 사역 자였어도 은퇴 후
교회 주위에서 맴돌면 후임자에게는 방해꾼일 뿐
결코 도움을 주는 목회자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세운 교회'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평생을 '주의 종'의 긍지로 살아 온 은퇴 자에게는
노망(老妄)이 되고, 자신에 대한 욕이 된다.
그리고 활발히 사역하는 지금의 목회자들도 분명한
예비 은퇴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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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사역자의 세 가지 덕목(德目)이다.
1. 사임하면 지체없이 교회를 떠날 것 - 후임자를 위해서
2. 후임자의 만류가 있어도 교회를 떠날 것 - 자신을 위해서
3. 애원하는 교인이 있으면 더 멀리 떠날 것 -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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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정연구원
차 호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