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교회 아카데미에서 퍼온 글


(Date : 06-02-16 12:54)
  

<복음과상황>은 바른교회아카데미(www.goodchurch.re.kr)와 공동으로 한 달간 건강한 교회의 취지에 부합하는 교회나 목회자들의 사례를 취재했다. 취재 대상은 향상교회(목사 정주채), 일산광성교회(목사 정성진), 서울영동교회(목사 정현구), 분당샘물교회(목사 박은조), 높은뜻숭의교회(목사 김동호), 방선기 목사(이랜드 아시안미션),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행정학부), 손봉호 총장(동덕여대) 등이었다(편집자 주).


▲ ⓒ뉴스앤조이 신철민

'개척교회를 시작한 P 목사는 오늘 구청에 교회 설립 신고를 하러 간다. 그런데 '정관'을 가지고 오란다. 구청에서는 요즘도 요식적인 서류를 요구하는구나 하면서 P 목사는 자료를 뒤적거렸다. 교단 헌법을 참고해 몇 가지 명칭만 바꾸어 넣으니 정관이 완성되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얻어둔 친구 목사 교회들 정관도 대체로 비슷했다. 이 정도면 별 문제없겠다 싶어 그는 구청에 등록 절차를 마쳤다.'

한국 교회의 상당수가 관행으로 대하는 '정관'은 이렇다. 그런데 언제나 문제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발생하는 법. 교회 내부에서 분쟁이 생기고, 시비를 가려야 하는 경우에 정관이 문제가 된다. 교회 소유권에 대한 규정, 적법한 의결 절차, 재정 사용, 임기와 선거 등 모든 것이 정관에 들어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 공동대표 박득훈 오세택 백종국)가 2004년 다루었던 교회분규 사례들을 정리해 놓은 자료집을 보면, 교회 재산이나 치리 등에서 목회자 결정권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생기는 갈등이 대부분이다. 백종국 교수는 여러 교회의 정관을 수집해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백태가 나왔다고 했다. '정관 취지가 몇 사람이 독재하지 못하도록 과정과 절차를 정한 것인데, 어떤 정관은 구체적으로 열 몇 사람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 곳도 있었다. 회의나 공동의회 성원을 출석 인원으로 한다는 곳도 있고, 의결정족수 자체가 없는 곳도 있다. 신학교의 교회정치 책 가운데는 장로의 수와 상관없이 목사 한 사람의 의견과 동등하다고 기술한 경우도 보았다.' 이런 내용은 그가 쓴 <바벨론에 사로잡힌 교회>(뉴스앤조이 펴냄, 2003)에 표준적 모범정관과 이를 위해 수집했던 교회 수십 곳의 정관에 대한 사례 분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회마다 정관도 '각양각색'


▲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 ⓒ뉴스앤조이 신철민

백 교수는 '한국의 경우 독재 정권이 민주주의를 위험한 용어로 만들었다. 교회는 신본주의이고 사회는 민주주의라는 식의 대립 구도는 잘못된 것이다. 교회에는 신본주의에 기초한 교회적 민주주의가 있고, 사회에는 인본주의에 기초한 사회적 민주주의가 있다. 장로교 정신은 하나님의 뜻이 회중의 집단 의지를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는 김동호 목사도 동의했다. 김 목사의 지론은 '기독교는 신주주의(神主主義)이다. 그러나 사람끼리 민주주의를 해야 하나님이 주인되신다'는 것이다. 정성진 목사는 요즘 후임 목사로 인해 큰 교회 분규를 빚고 있는 모(母)교회인 광성교회 사태를 놓고 한마디 평을 가했다. "김창인 원로목사는 실제로 독재적 리더십을 행사하셨다. 그 시대에는 다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그러나 38년 체제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가. 역시 독재는 기반이 약하다."

백종국 교수는 모범정관에 담긴 기본 정신을 △교회의 주권 △양심의 자유 △복음의 분업 세 가지로 요약했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교회의 주권은 그분의 부르심을 받은 교인에게 있다는 원칙이 첫 번째 정신이다. 주님만이 양심을 주재하시는 분이므로 신앙에 관한 사안에 있어 누구나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으며, 누구도 남을 판단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양심의 자유 원리와 교회 직제는 서열이 아니며 맡은 직분에 따라 조화롭게 섬긴다는 복음의 분업 정신은 결국 교회 내에 민주주의적 제도를 확립할 근거를 충분히 말해준다는 것이다.


민주적 교회운영: 당회와 제직회 관계재정비


▲일산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앞서 취재 대상으로 삼은 교회들의 교회 운영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이들 교회에서는 당회가 가능하면 직접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영역을 줄이고, 제직회 혹은 운영(사역)위원회가 실제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 기본 취지에 대해 정성진 목사는 행정과 사법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당회는 그동안 초법적 권력을 행사해왔다. 초창기에는 목사 독재를 하다가 세월이 가면 장로의 과두 정치로 변질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꾸준히 교인 다수의 뜻을 묻는 구조가 원활히 작동해야 하는데, 일산광성교회의 경우, 공동의회를 잘 활용하거나 교인 대표들이 고루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등의 활용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청년들도 각종 위원회에 참여시키고, 여성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차후 의무적으로 4분의 1은 여성 장로를 세우기로 계획하고 있다. 정 목사는 최근 교회를 이전하면서 건축회사를 선정하는 문제와 새 교회 이름도 교인 전체 투표로 결정했고, 다양한 사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주채 목사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회가 교인 총의(總意)를 대표하기 힘든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교인들의 연령별 구성이 달라지면 결국 연장자 위주의 편의를 좋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나 청년의 생각까지 반영하는 구조를 활용해야 마땅하다며 고민의 일단을 내보였다. 그는 장유유서(長幼有序)가 교회를 망칠 수도 있다고 했다.


인사 문제: 목사 장로 임기제와 장로 · 집사 선거절차


▲분당샘물교회는 목사가 6년 사역하고 1년 안식년을 가진 후 신임투표를 통해 계속 사열하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위는 박은조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샘물교회는 목사가 6년 사역하고 1년 안식년을 가진 후 신임투표를 통해 계속 사역할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박은조 목사는 최근 안식년을 마치고 이런 과정을 거쳐 2기 사역을 시작했다. 일산광성교회는 좀더 과격하다. 정 목사는 6년마다 신임투표를 받고, 65세가 되면 은퇴하되 원로목사를 맡지 않고 조건 없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장로의 경우 6년간 당회원으로 사역하면 2선 퇴진해서 사역 장로로 교인을 돌보는 일만 한다. 향상교회는 목사의 경우 샘물교회와 같은 방식으로 신임 절차를 밟는데, 장로의 경우는 중간 신임투표 없이 9년 일하고 은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목사와 장로에 임기제를 도입하고, 신임투표를 거쳐 직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성가시고 부작용이 많이 나올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근본적 이유는 교회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는, 열린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비롯된다. 목사 정년을 교단 차원에서는 보통 70세로 규정하는데 반해 이런 교회들은 65세로 낮추는 것이 사회적 추세에도 적절하다고 본다(일부에서는 사회가 좀더 고령화하면 정년 문제는 크게 논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장로는 종신제라고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관행에 비추어보면 이들 교회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백종국 교수는 종신장로제도는 칼빈의 정신이나 장로교 정치 본연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임기제는 이미 이를 도입한 교회에서는 자연스러운 목회적 패러다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임기제가 잘 되려면 선출 과정도 명예로운 것이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온정주의적 태도를 배제하고 엄격한 선출 과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초 장로 선거를 실시한 높은뜻숭의교회는 자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선거 한두 달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서별 회식이나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하도록 했다. 교회적으로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발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했는데, 필요에 따라 경고도 하는 등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교인들도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어색했으나 담임목사가 설교 중에 어느 교인의 미담을 예화로 사용한 것까지 선관위가 경고장을 발부하고 목사가 이를 수용하는 등 원칙을 고수한 덕에 보기 드물게 깔끔한 선거를 치렀다(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는 이 사례를 분석하고 여기서 사용된 매뉴얼과 소프트웨어를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목회자 청빙에 있어서도 비슷하다.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던 문제는 후임자 청빙에 대해 공론을 모으고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이 턱없이 자의적이었다는 점이다. 검증 절차는 요식적이었고, 전체 논의를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몰아가느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교회 성장기의 주역이었던 목회자들이 조만간 은퇴할 것이기 때문에 후임 목회자를 선정하는 과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모범적 사례를 찾아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전임 목회자가 불미스러운 이유로 물러난 이후 약 2년을 목회자가 공석인 채 어려움을 겪다가 꼼꼼한 청빙 절차를 거쳐 새로운 목회자를 세운 시흥교회(담임 방수성 목사)의 사례는 그런 면에서 꾸준히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교회 재산의 소유권: 목사 개인 명의로 하는 관행에 제동


▲향상교회도 샘물교회와 같은 방식으로 신임 절차를 밟지만 장로의 경우는 중간 신임투표 없이 9년 일하고 은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위는 정주채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교회에서 벌어지는 재산권 분쟁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는 담임목사가 적법한 절차 없이 자기 이름으로 등기된 부동산이나 재산을 사고팔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유용하는 경우이다. 혹은 개인을 위한 주택, 편의시설, 혹은 사업을 교회 재정으로 충당하고서 단지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 결국 교회 재산이 아니냐고 발뺌하는 경우이다. 모범정관의 취지는 교회 재산은 교회 명의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개인 명의를 사용할 때는 그것이 교회 재산임을 명시하여 개인이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의 대법원 판례도 교회 재산은 교인의 총유(總有)로 보고 있고, 이를 정관상에 명시하면 상당수의 재산관련 분쟁은 해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재산 분할 및 처분에 대한 의결 절차의 합리성과 적법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즉 당회의 전결 사항인지, 제직회와 공동의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지를 구별하고, 가능하면 교인 총의를 묻는 절차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취재 대상이 되었던 교회에서는 가능하면 목회자가 일상적인 재정 의결에는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모범정관제정운동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이 교단헌법과의 관계 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회에 소속된 목회자들은 교단 규정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데, 이것이 개별 교회의 정관으로 인해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정년을 단축할 수 있다면 늘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개별 교회의 정관을 우선하게 되면 가뜩이나 개교회주의가 강한 한국교회 현실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단 헌법이냐, 개교회 정관이냐


백종국 교수는 교단 헌법과 개교회 정관의 관계는 사회 헌법과 하위법 같은 위계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단별 신학 원리에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대표적으로 장로교 개혁주의 신학의 교회론은 개교회와 교단 총회와의 관계를 상하 관계가 아니라, 광대회의(廣大會議)에 개교회가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교회 정관과 교단 헌법을 전적인 상하 관계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유무역협정(FTA)처럼 대등한 국가 간에 약속하는 조약으로 보면 쉽게 이해된다고 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내용은 국내법이 우선되고, 그 조약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부분만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 한국의 사법 당국이 내린 교회와 관련한 법률적 판단은 교회 치리에 대해서는 교단 헌법의 결정을 존중하되, 재산권 분쟁에 있어서는 개교회 정관에 우선권을 주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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