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웅씨,

혹시 나를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가나안동산에서 영성훈련을 함께 받았던 동기생 김영민 집사입니다. 얼마 전 주일 아침 친교실에서 반갑게 인사한 적도 있지요. 희웅씨의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위 이목사님께서 심각하게 잘못하시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서 또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교회와 목사님을 사랑하는 희웅씨의 마음이 귀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희웅씨와 생각이 조금 다른 부분들이 있기에 괜찮다면 나의 생각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거니와 희웅씨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은 무익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나는 지금의 예배당이 구약에서 말하는 지성소와는 다르고, 오늘의 목사님이 대제사장과는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희웅씨도 지적했듯이 예수께서 오셔서 죽으신 것도 이 때문 입니다. 그럼에도 예배시간에 목사님을 향해 언성을 높인 것은 물론 잘못된 일입니다. 그것은 목사님이 대제사장이라서가 아니라, 신앙적 지도자에 대한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드리는 예배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배시간이 아닐 때 예배당은 그냥 건물입니다. 물론 예배를 드리는 곳이니 늘 정결하게 관리해야 하겠지만, 지성소이기 때문에 물도 마셔서는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성소에서 제직회나 공동의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극장이나 공회당을 빌리지 않고 그냥 예배당에서 회의도 합니다. 목사님을 레위지파의 제사장과 동일시 하는 것에도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물론 전담사역을 하는 분들에게는 교회에서 생활을 책임집니다. 하지만 레위지파 사람들이 십일조로 생활하던 것과는 그 원리에서 유사성이 있을지 모르나 실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도바울도 목회를 했지만 천막수리를 업으로 삼아 생활했습니다. 더욱이 사도바울에게 반기를 들거나 대들었던 평신도들의 잘못은 반기를 든 그 행위가 아닙니다. 잘못된 믿음에 대해 사도바울이 꾸짖었던 것이지요. 목회자의 복과 벌은 하나님이 책임지십니다. 맞습니다. 그럼 평신도의 복과 벌은 하나님의 권한 밖에 있습니까? 아닙니다. 희웅씨 부대에도 군목이 계시지요. 그분의 군 내에서 보직은 목회자 입니다. 희웅씨는 희웅씨의 보직이 있듯이 말입니다. 군목이 잘못을 저질러도 하나님께 모두 맡기고 군에서는 간섭을 하지 않습니까?  목회자도 인간이라 잘못 판단할 수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기에 당회란 것이 있습니다. 목회자는 하나님 외에는 치외법권적 위치에 있다면 당회도 제직회도 필요가 없겠지요.

이용삼 목사님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훌륭한 목회자입니다. 30년을 하루 같이 오직 교회만을 위해 고생하신 분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가나안교회 성도들은 정말 충성되이 목사님을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목사님도 약한 부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으로서는 정상입니다. 그리고 그 약함 때문에 목회에서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잘못에 대해서 우리는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사명도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예의를 갖추어 사랑으로 그것을 말하느냐 입니다. 그런 방법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목사님께 사죄하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교회와 민주주의는 사실 큰 관련이 없다 싶습니다. 오히려 교회는 신주주의로 통치되는 것이 옳겠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신주주의에 따른 결정이 목사님 혼자의 결정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무리들이 교회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결정을 하기 위해 쓰는 절차와 방법으로서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적 방법이 문제를 드러낼 때가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죄와 욕심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서 결정하는 방법으로 아직까지는 민주주의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희웅씨,
저역시 이 글로 인해 희웅씨의 목사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조금도 손상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이 글을 씁니다. 또 그렇게 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오늘 가나안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한쪽은 전적으로 잘못되고 한쪽은 전적으로 옳다는 시각 보다는 잘못된 부분과 옳은 부분을 입체적으로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이용삼 목사님, 대단히 훌륭한 분이지만 역시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보다는 훨씬 훌륭한 분이지만 잘못된 판단을 하실 수도 있는 분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애정을 가지는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분이라면 무슨 애정이 있겠습니까? 어줍잖은 댓글로 오히려 희웅씨에게 혼란만 더해 준 것 아닌지 염려도 됩니다. 부디, 우리모두의 아픔이라는 것을 알고 사랑하는 가나안교회와 이용삼 목사님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 하십시다.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구요. 든든한 모습이 아주 자랑스러웠습니다. 주안에서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