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배는 수년 전에 방영한 ‘상도’라는 연속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개성의 거상 임 상옥이 돈을 모으자 방탕하다가 폐인이 되어 돌아온 도공 우 면옥이 다 쓰러져 가는 공방에서 무상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밤을 새워 만든 이 잔을 옆에 두고 아끼는 장면에서도 나옵니다.  

제나라 환공(桓公)이 항상 옆에 두었다고 해서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도 하는 이 잔은 넘칠 앙(盎)이 아닌 찰 영(盈)이라는 글자를 쓰고 잔의 속어 인 배(盃)를 쓰지 않고 정식 글자인 (물)동이 배(杯)를 씁니다.  계앙 배라 하지 않고 계영배라 함은 잔이 넘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잔을 채우려는 욕심을 경계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은 ‘잔은 채워야 맛이다.’ 라고 해서 채우는 것쯤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잔에 술이나 물을 부으면 만들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7할까지는 차나, 그 이상을 채우려 들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다 흘러내려서 빈 잔이 된다고 합니다.  
모양은 보통 잔과 달리 잔 한 가운데 말뚝 같은 게 올라와 있고  대개는 입을 벌린 거북이나 용의 머리를 한 연적(硯滴) 같은 받침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요즘 사람이야 매일 쓰는 변기와 같은 Siphon 원리라는 것을 당장 알지만 그 당시야 요술 잔이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광주 요에서 40여 년을 연구해 ‘계영 미르’라는 용머리청자로 재현해 $ 200-300을 호가 하나, 지금은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나 그릇(皿)은 모자란 듯(不) 담아야지, 머슴 밥그릇에 보리밥 담 듯, 욕심껏 꼭꼭 채워 넣으려고 하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고, 과욕을 부려 꼴불견이 되면서, 그동안 쌓아 온 명망은커녕 패가망신하게 됨을 일깨워 주는 잔이라고 해서 실제로는 쓰지 않고 옆에 두어 욕심이 생길 때마다 쓰다듬고 자제하는 보관용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는 두 손을 꼭 쥐고 태어나 세상 것을 다 가지려고 하나, 다 놓고 가는 죽을 때는 손을 편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가지려하고 자식 걱정에, 마누라 생각해 남의 물건인줄 잘 알면서도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집으려다가 옆 사람이 손등 탁 치는 바람에 씩씩거리며 민망해서 멀쑥하니 뒷전으로 서 있는 건 그렇다 치고, 자식 앞날까지 망치기도하고,

필요하면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 뒤집어 놓듯 언제 그랬냐는 듯 표변하는 사람을 보기도하는 데 , 거기에 더 가관인 것은, 옆에서 거들어 준 답 시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말로 횡설수설하면서 나서는 사람들까지 보게 됩니다.

Mummy도 Pyramid 높이의 7할 부분에 보관한다고 합니다.  4,000 년 전의 Pyramid이나 2,500년 전에 만든 이 계영배도 7할 이면 충분하고 또 좋다고 생각해서 만든 물건들입니다.

Retire라는 말에는 ‘물이 빠지다.’ 라는 뜻도 있습니다.

은퇴 때가 되면  빠지는지 안 빠지는지 모르게 빠지는 썰 물 같이 옆에 서있는 사람조차도 모르게 슬그머니 없어지는 것이 은퇴지, 미련을 갖고 날 잡아 시끌벅적하게 식이다 뭐다 하고 떠나면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욕심껏 채우려다가 온 동네 망신만 당하고 한 방울도 못 마시게 되는 무리한 욕심을 일깨워주는 잔이 이 계영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