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에서 공히 인정하듯이 가나안교회의 후임 목사 청빙은 여러 면에서 본 교회뿐 아니라 시카고 지역 한인교회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난 30년 간 모범적으로 성장해온 교회의 담임목회자 승계가 과연 어떤 식으로 될 것인가 하는데 대한 관심입니다. 또한 개척해서 단 한 번의 물의 없이 성공적인 목회를 해 오신 초대 목사님의 역량이 최종 순간까지 어떻게 발휘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기대도 역시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가나안교회의 사례가 앞으로 이어질 지역 한인교회의 목회자 승계에 아름다운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청빙위원 여러분의 기도와 노력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마지막 결정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분의 선정이라는 것에 청빙위원회와 전체교인 간에 전혀 이견이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성경에서 중요한 자리에 앉힐 인물을 뽑을 때, 모세와 같이 하나님께서 직접 지명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을 통해 선출하는 경우에는 두 가지의 대표적 사례를 보게 됩니다. 첫째는 사무엘이 사울 왕의 후임 왕을 뽑은 것이고, 둘째는 가룟 유다를 대신할 열 두 번째 사도를 선출하는 과정입니다. 사무엘은 이새의 장남인 엘리압의 외모와 키를 보고 지명을 했으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허락지 않아 결국 막내 아들 다윗이 택함을 받았습니다. 예수님 승천 후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120 여 명의 신도들은 “저희가 기도하여 가로되 뭇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여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주의 택하신바 되어 봉사와 및 사도의 직무를 대신할 자를 보이시옵소서”라고 기도하며 요셉과 맛디아 두 후보 중 제비를 뽑아 맛디아를 열 한 사도에 합류케 했습니다.

우리교회는 현재 아주 특이하게도 세 분의 후보가 주일예배 설교까지 하며 전체교인들의 평가를 받은 상황이 되어있습니다. 몇 편의 설교만 가지고 후보 목사님의 모든 것을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드러난 세 분의 이력과 면면을 보고 들은 교인들이 “꼭 이 분이라야 한다.” 혹은 “이 분은 절대로 안된다.”라는 일치된 의견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덜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무엘은 하나님께서 엘리압을 허락하지 않으시므로 둘 째부터 일곱 째까지 모두 자기 앞을 지나가게 하고 그러고도 하나님의 택함이 없자 양을 치러 나가있는 막내 아들 다윗을 불러오게 하여 여호와의 허락을 받습니다. 맛디아를 뽑는 것도 공히 두 사람을 내어 놓고 기도한 후에 제비 뽑아 결정했습니다. 물론 그곳에 모인 120 명 모두를 놓고 제비를 뽑은 것은 아니지만, 사전 스크린을 거쳐 우열을 쉽게 가리기 힘든 최종후보들에게는 공평히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청빙위원회의 실수였든지 뜻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든지, 아무튼 지금 우리에게는 우열을 쉽게 가리기 힘든 훌륭한 후보 세 분이 있습니다. 청빙위원회가 우리교회에 가장 적합한 목사님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미리 막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임 목사님 결정은 청빙위원회가 아닌 전체교인이 합니다. 청빙위원회는 세 분 후보 목사님을 전체교인의 뜻에 맡겨주는 것으로 중요한 책무를 다 하시는 것입니다. 혹이라도 “어느 후보는 절대 안된다” 또는 “반드시 어느 후보가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청빙위원회가 결정하신다면 우리 교인들을 통해서 행사하시려던 하나님의 몫은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요?

청빙위원 여러분, 그동안의 노고에 다시 감사드립니다.